‘좋은 동반자’와 라운드를 하는 것은 골퍼들에게 정말 축복받은 일입니다.
같이 친다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진상 골퍼와 라운드를 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지금의 동반자에게 절로 감사의 말이 방언처럼 튀어나올 것입니다.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같이 치기 싫은 골퍼, 후속편’을 소개했다. 파트너를 배려하는 마음과 정도를 지키는 매너만 있다면 진상 골퍼가 될 일은 없다. 그러나 무신경과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느새 ‘기피인물’이 되어 있을 것이고, 같이 골프를 치러 가자는 전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진상의 유형과 그들의 단골 멘트를 살펴본다. 찔리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헨젤과 그레텔형’=1번 홀은 14개의 클럽으로 시작했지만, 18번 홀에서는 퍼터만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갈 길을 기억하려는 것도 아닌데 홀마다 클럽을 흘리고 다닌다. 장갑, 헤드커버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어, 내 56도 웨지 본 사람?”
▶‘콜럼버스형’=그의 볼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나? 아니면 귀중한 고대 상형문자라도 새겨 있나? 볼을 찾기 전에는 다음 홀로 가지 않는다. 진작 넓은 페어웨이로 칠 일이지…. “훅이 나서 단풍나무 쪽으로 떨어지는 걸 봤다니까. 같이 걸어가면서 찾아 보자.”
▶‘델리키트형’=멤버 좋고 캐디도 친절하고 골프장도 최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하지만 그의 스코어가 망가지는 순간, 동반자들은 대역죄인이 된다. 버디를 하면 뭐하나, ‘그분’이 보기하면 맘놓고 기뻐하지도 못한다. 상가(喪家)에서 ‘쾌지나 칭칭나네’ 벨소리 울린 문상객 신세다. 말도 없어지고 혼자 구시렁댄다.
▶‘나는 다 이루었다형’=비매너와 룰에 대한 무지 결합형이다. 먼저 퍼트를 끝낸 뒤 동반자가 신중하게 퍼트를 준비하는데 앞으로 지나가면서 우즈의 볼 튕기는 묘기를 시도한다. 해 질 녁, 긴 그림자로 남의 라이를 가리는 건 기본이다. 샷을 하려는 사람 옆에서 장갑 칙칙이를 떼었다 붙였다하고, 아이언을 고른다며 덜그럭거리기도 한다.
▶‘패왕별희형’=그에게 자외선은 살상무기다. 한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고, 얼굴은 경극배우보다 하얗게 선크림을 바른다. 피부는 보호될지 몰라도 옆사람은 난감하다. 선캡에 자외선 마스크로 중무장한 여성 골퍼들 역시 ‘아프가니스탄 여고 동창회’를 뺨친다.
▶‘동네 마이크형’=생애 최저타수가 눈앞에 다가와 온몸에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 “야, 이번 홀에서 보기만 해도 기록 아냐? 너랑 친거 중에서 최고 성적인 거 같은데”라며 온 동네 광고를 한다. 바짝 굳은 어깨로 티샷이 똑바로 갈 리가 있나. 시원한 OB와 함께 생애 최저타 스코어는 안드로메다로….
▶‘정찰병형’=핀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제품을 1번 홀 티박스부터 18번 홀 그린까지 끔찍이도 애용한다. 그 사람의 남은 거리를 동반자들이 다 알 수 있다. 자기 거리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동반자가 굳이 원치 않는데도 “가만 있어 봐, 정확하게 알려줄 게”라며 달려온다. 네 것만 잘 쳐도 되는데….
▶‘착한 초보형’=이런 유형은 본심은 착한 사람들이다. 1번 홀 티박스에 서기 전 캐디에게 “저 잘 못치는데요, 다 적어주세요”라고 말한다. 여자옷 사이즈도 아닌데 스코어 카드엔 ‘44’ ‘55’ 같은 숫자가 이어진다. “아, 오늘 왜 이렇게 안 맞지?”라는 추임새와 함께.
▶‘모범생형’=어제 배운 레슨을 오늘 실천한다. 레슨프로가 팔꿈치를 붙이랬다고 헤드커버 옆구리에 끼우고 아이언샷을 한다. 배운 대로 하겠다는데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는 이들은 가슴이 답답하다.
▶‘대책 없는, 좋은 아빠형’=미국형 진상이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와 룰도 가르쳐주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동반자만 없었다면 상관없지만, 이를 6시간 동안 지켜봐야 하는 이들에게는 고문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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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이 안맞는다고 클럽을 던지고 퍼터를 부러 뜨리는 동반자를 만났을때 정말 마음이 불편하더군요.